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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연재글이므로 처음이신 분들은 (1)성인ADHD를 의심하다를 먼저 읽어주세요.

4개월만의 포스팅이다.

오래 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난 글 내용과 현재 시점 사이에는 8개월의 텀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립니다.)

 

작년 12월, 콘서타 재처방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콘서타 재처방 후의 일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콘서타 복용은 다시 중단하였다.

 

2차 피크 때 찾아오는 불안감이 이유였다.

약을 복용한지 6시간 후인 2차 피크 때가 되면 가만히 있어도 이유모를 불안이 느껴졌다.

 

왜일까? 고민하던 찰나 미밴드로 심박수를 재보고 그 이유를 찾았다.

2차 피크 때가 되면 가만히 있어도 심박수가 100까지 치솟는 것이었다.

 

그래서 콘서타를 처방받은지 2주만에 콘서타를 끊고,

아빌리파이(성분명 aripiprazole)를 복용약에 넣었다.

SSRI는 프로작(폭세틴, 성분명 fluoxetine)을 처방받았다.

 

중간에 웰부트린(금연약으로 유명한 ADHD 보조치료제)도 시도해보았으나,

역시나 불안 증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실상 한국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ADHD 치료제는 왠만큼 시도해 본 셈이다.

 

 

2월경 병원가는 길에 상담용으로 썼던 글

충동
- 일본여행 가서 피규어뽑기에 10만원 넘게 씀

망상
(머리 자르는데 손님이 들어옴) 저 손님이 나를 공격하면 어떡하지?
(길 걸어가다가 개를 보고) 출국 전날 저 개가 나를 물어서 여행을 못 가게 되면, 보상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수면
취침시각이 새벽 2시, 3시, 5시, 7시까지 점진적으로 늦어짐.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

그 외
- 뜨겁게 달궈진 올리브유에 담궜던 숟가락을 나도 모르게 입 안에 넣어 화상
- 술먹고 로잉머신하다 엉덩이 두 번 선로에 찧고 꼬리뼈 부상
- 컴퓨터 켜고 실컷 딴짓하다 '왜켰지? 아~ 맞다' 반복
- (게임 포함)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져 이 때쯤 해외선물과 주식 다시 시작, 대략 천만원 가까이 손해보고 접음.
그런데 돈을 잃을 때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쏟아지는 게 느껴짐.

 

약을 쉬다

3~5월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복용을 중단했다.

이 때 극심한 우울 증상으로 인해 삶이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은 비공개한 무기력하다라는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이대로 살 수 없다!

 

고 어느날 다짐한 나는, 3개월이 지난 6월 중순쯤 다시 병원을 찾았다.

 

ADHD 특유의 미루기와 우울 증상이 겹쳐 병원에 가기까지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복용 재시작

아빌리파이와 프로작을 다시 처방받았다.

휴지(休止)기가 길었던만큼, 소용량부터 시작했다.

 

이 때 담당의에게 물었다.

 

"저는 *양극성 장애가 맞나요?"

(*BD:Bipolar Disorder, 조울증이라고도 함)

 

의사선생님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보통은 양극성 장애 판정을 내리는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데,

나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 (공백기를 제외) 6개월이 되지 않았음에도 양극성 장애 처방을 내린 것이라 하셨다.

 

대답을 듣고나니 한층 홀가분해졌다.

SSRI를 복용하고 2주 정도가 지나자 기분도 -3에서 -1정도로 올라왔고(우울 -5~+5 조증 기준)

용량을 높여 1주일을 또 복용하자 +1~2까지 올라갔다.

참 신기하다.

 

현재는 프로작 10mg와 아빌리파이 2mg만 복용하고 있다.

 

텐션이 높아진데다 사람들 말을 끊는 걸 자주 느끼는거 보면, 경조증의 범위를 넘나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경우 아빌리파이를 추가 처방하는지, 아니면 SSRI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병원 방문 후 8월 달에 포스팅을 하겠다.

 

취업

하던 앱 개발 프로젝트가 코로나 때문에 넘어지고 우울하게 보내던 와중, 5월 30일에 고딩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평소에 모임에 잘 안나오던 놈이 모임에 참석했다. (주변의 친구들 다수가 그렇듯 얘도 판교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요즘 집에서 놀지말고 슬슬 취업이나 하래~

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그럼 우리 회사 올래?

당시 우울하던 내 인생에 내려온 동아줄 같은 한마디였다.

물론 썩은 동아줄말고.

 

2주 후 면접을 보고, 그로부터 2주 뒤인 7월 달부터 나도 판교에서 개발자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인맥 찬스로 들어간만큼 느껴지는 책임감도 막중하지만,

출근한지 2주가 지난 지금, 그럭저럭 인생에서 꼬였었던 매듭들을 잘 풀어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생활에 루틴이 생기고 규칙성이 부여되자 삶의 질이 높아졌다.

요즘 출퇴근을 전기자전거로 하게 되어(큰맘 먹고 한 대 샀다) 아침저녁 광합성도 잘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계획성, 집중력 문제는 언젠가 해결할 수 있을까?

 

 

 

7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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