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주니어 SRE 엔지니어 후레임

반응형

어느덧 일본에 온지도 8개월이 지나, 9개월 차가 되었다.

 

 

1. 지난 이야기(퇴사x2)

23년 1월, 다니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 교보문고 건물에 있던 회사에 포지션 제안을 받아 입사하게 되었다.

기존 연봉대비 20% 상승에 점심식대, 아침식사, 헬스장비 등도 지원해주는 (허울)좋은 회사였지만

틀린 소리하는 꼰대랑 싸우고 2주만에 퇴사. (다른게 아니고 틀린거였다.)

그렇게 실업급여도 받고 여행도 다니다가, 한국에서는 더 이상 직장생활 못해먹겠어서 평생 살 각오로 일본행을 택했다.

 

 

2. 지난 이야기(일본으로의 이직)

4월 한 달 칼을 갈고 전력으로 이직활동을 했다.

예전에 소뱅 테크놀로지와 야후는 서류통과해 본 적이 있었기에 자신 있었으나, 면접은 갈고 닦아야 할 것이 많았다.

그렇게 10개 회사에 지원 => 4개사 실무면접 => 2개사 임원면접 => 2개사 내정

최종합격한 두 곳 모두 파견은 아니고 자사 솔루션개발이었는데,

한 곳은 코스피50 한국계 유명 모 게임기업의 일본지사, 또 한 곳은 지금 재직중인 CRM관련 서비스를 하는 순수 일본기업.

전자는 상여도 있고 회사 네임밸류도 쩔지만 팀 전원이 한국인.

한국에서도 꼰대랑 싸우고 뛰쳐나왔는데, 굳이 일본까지 와서 또 한국계를...? 하는 생각에 후자 선택.

후자는 상여가 없어서 연봉은 전자대비 15%정도 까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라 만족하고 있다.

 

 

3. 일본생활 (초반)

5년차 일본 생활중인 아는 동생이 이런 말을 하더라.

 

"외국와서 1개월쯤 지나면 한 번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몸소 체험했다.

2015년에 일본 워홀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할만할 거라 생각했지만,

8년간의 공백과 주변이 전원 일본인(워홀 때 회사는 한국인 사장이라 일하는 사람은 한/일 반반이었음)인 환경에서

살아남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회사사람들은 잘 챙겨주고 친절했지만, 힘든건 힘든거더라.

하지만 '평생 일본에 살 각오'로 온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절반도 귀에 안들리는 회의를 따라잡기 위해 매일 집에 돌아가면 일본 유튜브만 들었고,
(학력충답게 wakatte.tv를 애청했다)

법적으로는 응용정보기술사와 동등한 정처기를 이미 갖고 있었지만,

용어를 재정비하고 일본에서의 미래도 생각하여 응용정보 수험도 했다. (60점 만점에 51.25점으로 탈락...)

새로 생긴 CDP팀에 들어가 첫 달 잔업 30시간을 찍는 와중에, 이런 것들을 병행하며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

잠시 오봉 연휴에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회사에 감시당하는 악몽을 꾸기도 하였다.
(거듭 말하지만 회사랑 사람들은 좋음... 내가 일방적으로 스트레스 받은 것일 뿐)

그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돌아와 회사에서는 머리를 싸매며 일이 끝나면 일본인들과 종종 잔을 부딪히고,

여러 실수를 거듭하고 반성하는 루틴을 거듭하던 일본에서의 나는 착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4. 프로젝트 오너가 되다

나는 첫 직장에 다닐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계속 나만의 비지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히 생각만 해오기를 5년 정도 지난 것 같다.

2018년에 운이 좋게 코인으로 돈을 벌고, 2021년에는 채굴장도 차려보고, 15개국 여행도 다니고,

행동력 하나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을 언어화하고 남을 설득하여 주머니를 열게 만들 정도의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

그래서 돈 안드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스크레이핑과 인코딩을 결합한 아이디어로 우리 회사사람 1명과 다른 회사사람 2명을 설득했다.

그렇게 일본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반 년.

중간에 방향성을 재설정하는한 번 엎어지는 바람에 릴리즈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상관없다. 누군가 보기엔 재미없고 지루한 일처럼 보일지라도, 나만의 결론이 날 때까지 이 일을 계속 이끌어가고 싶다.

 

5. 끊임없이 바쁘다

취미가 비슷한 회사사람들이 꽤 있다.
이 사람들이랑 슈타인즈 게이트 행사도 가고, 나카야마에 경마도 보러갔다.

다음 달에는 츠유 라이브에 간다.
라이브는 2015 미즈키 나나 이래로 처음이다.

이번달에는 기본정보에 합격했다.
다음달에는 작년에 떨어진 응용정보 리벤지를 한다.

지금까지 일한교류회 4회 나갔다. 거기서 만났던 멤버들로 모은 라인 그룹챗이 어느덧 15명이 되었다.
이번 달에는 꽃구경 가기로 했다.

프로젝트 멤버들과는 차를 빌려 아타미에 갔다왔다.
우리 집에서 신년회 하면서 후루사토 납세로 산 석화도 까먹었다.

다음달부터는 혼활(婚活)에 나가보려고 한다.
다음 생일이 오기 전에 결혼 할거다.

지금 회사도 좋지만, 향상심 높은 사람들과 더 만나고 싶다.

 

6. 결론은 살만하다

인간 사는 것 다 똑같다.

어디가나 먹고 살려면 일해야하고, 밤되면 잠자고 아침되면 일어나서 회사로 향해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서는 것도 똑같다.

아니다. 5일중에 3일은 재택근무하니깐 좀 다르려나.

여튼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다르다.

내 보금자리를 떠나온 이상, 마음가짐이 다르다.

전세계 1위 GDP 도시에 살고있는만큼, 뭔가 기회가 많다.

사람도 많다.

이 세상, 내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비지니스. 이건 아이디어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나는 천재가 아니다.

뛰어난 발상도 낼 수 없을 뿐더러, 남들이 만들어 둔 것들 갖다가 합치기만 해도 쓸만한 것이 나온다.

근데 남들은 완전히 fresh new한 걸 해야 비지니스로 성립하는줄 안다.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설정해 둔 벡터로 움직일 줄 아는 행동력이다.

말만 하면 사기꾼, 실행하면 사업가다.

허울좋은 말뿐만이 아니라 움직여서 증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